업무상 질병의 의의 및 인과관계의 판단방법, 증명의 정도

 

1. 업무상 질병의 의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서는업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因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2. 인과관계의 판단방법

어떠한 경우에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되는지가 문제되는데, 학설은 상당인과관계설, 업무관련성설, 합리적관련성설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는 등 상당인과관계설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3867 판결)

 

또한 판례에 따르면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5.11.10. 선고 20058009 판결,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3867 판결)

 

3. 인과관계의 증명정도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데, (대법원 2005.11.10. 선고 20058009 판결) 판례에 따르면인과관계의 입증 정도에 관하여도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3867 판결) 이는 본래 의학상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학판정이 아니고 법률판단이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4. 첨단산업현장의 새로운 유형의 질환인 경우 유의사항

 

(1) 인과관계의 증명정도에서의 유의사항

판례에 따르면첨단산업분야에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희귀질환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3867 판결), 희귀질환이나 첨단산업현장의 새로운 질환의 경우에 법적규범적인 상당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2) 인과관계의 유무 판단시 고려사항

 

.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

판례에 따르면특히, i) 희귀질환의 평균 유병률이나 연령별 평균 유병률에 비해 특정 산업 종사자군이나 특정 사업장에서 그 질환의 발병률 또는 일정 연령대의 발병률이 높거나, ii) 사업주의 협조거부 또는 관련 행정청의 조사 거부나 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3867 판결) 증명책임을 완화하고 있다.

 

. 여러 유해물질, 유해요소가 특정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

또한 판례에 따르면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하 고 있다. (대법원 2017.8.29. 선고 20153867 판결)

 

참고 판례

 

요양불승인처분취소(LCD공장에서 근무한 근로자에게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하여 업무상 재해인지가 다투어진 사례)

[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3867, 판결]

【판시사항】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기 위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 및 증명의 정도 /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방법 및 판단의 기준이 되는 자

[2]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이 발병한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를 판단할 때 고려할 사항

 

【판결요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첨단산업분야에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희귀질환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특히, 희귀질환의 평균 유병률이나 연령별 평균 유병률에 비해 특정 산업 종사자 군()이나 특정 사업장에서 그 질환의 발병률 또는 일정 연령대의 발병률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 거부 또는 관련 행정청의 조사 거부나 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참조조문】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 37조 제1항 제2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 37조 제1항 제2

 

【참조판례】

[1]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12530 판결,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3821 판결, 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12185 판결

 

 

【전문】

【원고, 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5. 10. 21. 선고 2014712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公的) 보험을 통해서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이 제도는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개선되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궁극적으로 경제·산업 발전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여 안정적으로 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분야에서는 산업재해 발생의 원인이 어느 정도 규명되어 있다. 그러나 첨단산업분야에서는 작업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이른바직업병에 대한 경험적·이론적 연구결과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첨단산업은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작업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빈번히 바뀌고 화학물질 그 자체나 작업방식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 산업재해의 존부와 발생 원인을 사후적으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사업장이 개별적인 화학물질의 사용에 관한 법령상 기준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작업현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화학물질에서 유해한 부산물이 나오고 근로자가 이러한 화학물질 등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어 원인이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데, 이러한 위험을 미리 방지할 정도로 법령상 규제 기준이 마련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첨단산업분야의 경우 수많은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대책이나 교육 역시 불충분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사회보장제도로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대한 보호를 강화함과 동시에 규범적 차원에서 당사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무과실 책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기업 등 사업자의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을 하되, 사회 전체가 비용을 분담하도록 한다. 산업사회가 원활하게 유지·발전하도록 하는 윤활유와 같은 이러한 기능은 첨단산업분야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첨단산업은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칠 수도 있는데, 그러한 위험을 대비하는 보험은 근로자의 희생을 보상하면서도 첨단산업의 발전을 장려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이해관계 조정 등의 필요성과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적 기능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지급 여부에 결정적인 요건으로 작용하는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한다.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12530 판결,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83821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보았듯이 첨단산업분야에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희귀질환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특히, 희귀질환의 평균 유병률이나 연령별 평균 유병률에 비해 특정 산업 종사자 군()이나 특정 사업장에서 그 질환의 발병률 또는 일정 연령대의 발병률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 거부 또는 관련 행정청의 조사 거부나 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 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  다발성 경화증이란 중추신경계의 대표적인 탈수초성(脫髓性, 이는 ‘demyelinating’을 번역한 표현으로 신경섬유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피막으로서 절연체 구실을 하는 수초가 파괴된 상태를 뜻한다) 질환의 하나로서, 신경섬유의 파괴와 혈관 주위 염증을 동반하여, 시신경, 척수 또는 뇌에 초점성(焦點性, 이는 ‘focal’을 번역한 표현으로 신경의 손상 부위가 매우 국소적임을 뜻한다) 증상들이 동시에 여러 군데에서 나타났다가 다양한 정도로 완화되고 여러 해가 지난 후 재발하면서 점차 진행하는 특성이 있으며, 유병률이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3.5명에 불과한 희귀질환이다.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원인이나 발병기전(mechanism)은 의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현재까지의 역학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학적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이에 대한 감수성은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소인에 의하여 결정되며, 유전적 소인은 HLA 항원과 싸이토카인(cytokine) 유전자 등이 관련되어 있고, 환경적 소인으로는 유소년기의 환경적 노출(자외선, 감염, 식이 등)이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추단되고 있다. 이러한 소인이 있는 사람에게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하기 위해서는 1차 바이러스 감염이 필요한데 이에 해당하는 바이러스 감염으로는 홍역, EBV, RSV 등이 의심되고 있고, 직접 발병에 이르기 위해서는 촉발요인이 필요한데 유기용제 노출, ·야간 교대근무, 업무상 스트레스, 햇빛노출 부족에 따른 비타민D 결핍 등이 거론되고 있다.

 

.  원고는 (생년월일 생략)생으로, 고등학교 3학년으로 재학 중이던 2002. 11. 18. 삼성전자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2007. 2. 15. 퇴사할 때까지 천안 LCD 공장(이하이 사건 사업장이라고 한다)에서 모듈공정(부품을 조립하여 LCD 패널을 완성하는 공정) LCD 패널 검사작업을 하였다. 원고가 담당한 업무는 조립된 15~19인치 규격의 LCD 패널을 전원에 연결한 다음 손으로 들고 눈 가까이에서 육안으로 관찰하여 색상과 패턴에 불량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컨베이어벨트로 이동되는 LCD 패널을 1시간당 70∼80개가량 검사하고, 1 3∼4회가량 이소프로필알코올(isopropyl alcohol; IPA)을 사용해서 LCD 패널이나 팔레트 등에 묻어 있는 이물질을 닦아내야 했다.

 

.  원고가 검사작업을 한 이 사건 사업장은 모듈공정 전체가 하나의 개방된 공간에서 이루어져, 작업장 내 어느 하나의 세부공정에서 유해화학물질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별도로 여과되거나 배출되지 않고 작업장 내에 계속 머무르는 구조였다. 부품조립 과정에서 납땜이 이루어졌고, 조립 후에는 LCD 패널을 고온에서 가열하여 성능과 내구성을 검사하였는데[이를에이징(ageing) 공정이라고 부른다], 그 과정에서 화학물질의 열분해산물이 발생할 수 있다. 원고의 검사작업은 에이징 공정 바로 다음에 하는 것이었다.

 

.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3 2교대(1 12시간 근무가 원칙이었다) 또는 4 3교대(1 8시간 근무가 원칙이지만 대부분 1 1∼2시간의 연장근무를 하였다)의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상시적으로 초과근무를 하였다.

 

.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기 전에는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신경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사건 사업장에 입사하여 약 1년 정도 근무한 시점인 2003. 10.경부터 오른쪽 눈의 시각과 팔다리 신경기능에 이상증상이 발생하여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기 시작하였다. 이후 점차 증상이 심해져서 2007. 2. 15. 퇴사하였다. 2007. 3.경에는 지역 의료기관에서뇌경색으로 진단을 받기도 하였으나, 2008. 9. ○○대학교○○○병원에서다발성 경화증으로 확진을 받았다. 원고는 다발성 경화증과 관련된 유전적 소인이 없고, 원고의 가족 중 신경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이 없다. 원고에게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한 시점은 2005년 무렵으로 당시 원고의 나이는 21세였다. 이는 우리나라의 평균 발병연령보다 훨씬 이르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다.

 

.  원고가 2010. 7. 23. 피고에게 이 사건 요양급여 신청을 하자, 피고는 2010. 8. 4.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0. 9. 6. 이 사건 사업장을 방문하여 공정과 작업 내용을 확인하고 동료 근로자와의 면담조사를 실시한 다음 역학조사 결과보고서(이하이 사건 역학조사라고 한다)를 작성하여 2010. 12. 28. 피고에게 제출하였다. 그 요지는원고의 작업조건과 업무내용은 충분히 신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조건으로 판단되나, 현재 스트레스와 다발성 경화증에 대한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만한 충분한 의학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 역학조사에서는 원고가 검사작업을 하면서 이소프로필알코올을 사용하는 작업을 1 3∼4회가량 사용하였다는 사실은 확인하였지만, 이소프로필알코올을 사용하는 작업을 할 때 근로자에게 직접 미치는 노출 정도나 그 밖에 인접한 세부공정에서 발생하여 전파·확산되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정도를 측정·조사하지는 않았다.

 

.  한국산업안전공단 역학조사평가위원회는 2010. 12. 14. 이 사건 역학조사 결과를 평가하였다. 당시 평가위원 11명 중 5명은 원고의 노동 강도를 볼 때 업무 강도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상당히 높은 작업으로 판단되고, 원고의 업무가 다발성 경화증 자체를 발생시켰다고 볼 수는 없으나, 기왕증으로 내재하고 있던 상병이 업무에 의하여 초기에 발현하도록 촉발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하거나 악화시켰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4명은 원고에게 발생한 다발성 경화증은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업무의 특성과 강도를 따져서 판단해 보면 업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며, 2명은 원고의 작업 내용이 매우 스트레스가 높고, 목과 눈에 영향을 주는 것은 틀림없으므로 사업장에 강력한 개선 요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  피고는 이 사건 역학조사 결과를 기초로 2011. 2. 7. 원고에 대하여 원고의 다발성 경화증 발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요양불승인 처분을 하였다.

 

.  이 사건 소송에서 원고는 위와 같은 LCD 패널 검사작업 과정에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었다는 점을 증명하고자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에 삼성디스플레이 주식회사(삼성전자의 LCD 사업부가 2012년에 분할되어 설립된 회사이다)의 천안·아산공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진단 결과에 대한 사실조회와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하였고, 1심법원이 이를 채택하였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은 대한산업보건협회가 2013. 4.경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진단을 실시하여 2013. 5.경 작성한 결과보고서를 가지고 있었는데, 2014. 6. 25. 1심법원에 위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당시 위 회사가공정에 따라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의 현황 및 개선방안, 작업환경측정 현황 및 개선방안, 안전검사 실시 현황, 누출 시 물질배출처리 시스템 현황, 보호구 지급 현황과 개선방안, 근로자 건강관리 현황과 개선방안 등에 관한 정보는 영업비밀에 해당하므로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하여 그에 관한 정보는 삭제되어 있었다.

 

.  원심에 이르기까지 원고가 근무하던 사업장과 전체 LCD 사업장이나 삼성전자 전체 사업장에서 다발성 경화증 발병 건수, 동종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 대비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비율, 발병 근로자의 연령대 등에 관해서는 심리하지 않았다.

 

3.  위에서 본 법리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의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긍정할 여지가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원고는 LCD 패널 검사작업 중 이소프로필알코올이라는 유기용제를 취급하였다. 비록 이러한 유기용제 취급이 원고의 전체 업무 중 차지하는 비중은 작았지만, 이 사건 사업장에서 약 4 3개월 근무하는 동안 매일 이러한 작업을 수행하였다는 점에서 누적된 노출 정도가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원고가 직접 수행한 작업은 아니지만, 작업장 자체의 구조로 말미암아 인접한 납땜 작업이나 에이징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화학물질이 전파·확산되어 원고도 이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이 사건 역학조사를 하였을 당시에는 원고가 근무한 때부터 이미 여러 해가 지난 시점이었고 그 사이에 LCD 패널 검사작업을 하는 근로자의 작업환경이 변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역학조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원고가 근무하였을 당시의 작업환경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 역학조사에서는 근로자가 위와 같은 작업 과정에서 이소프로필알코올이나 그 밖의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수준을 객관적으로 확인·측정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주와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이 LCD 모듈공정에서 취급하는 유해화학물질 등에 관한 정보가 영업비밀이라면서 공개를 거부하였다. 이에 따라 원고가 자신에게 해악을 끼친 유기용제 또는 유해화학물질의 구체적 종류나 그에 대한 노출 정도를 증명하는 것이 곤란해졌다.

원고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위와 같이 역학조사 방식 자체에 한계가 있었던 데다가 사업주 등이 유해화학물질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

 

.  유해화학물질의 측정수치가 작업환경노출 허용기준 범위 안에 있다고 할지라도 근로자가 유해화학물질에 저농도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에는 건강상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작업환경노출 허용기준은 단일물질에 노출됨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여러 유해화학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되거나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작업환경의 유해요소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 유해요소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질병 발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  다발성 경화증의 직접 발병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유기용제 노출, ·야간 교대근무, 업무상 스트레스, 햇빛노출 부족에 따른 비타민D 결핍 등이 거론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이 다수 중첩될 경우 다발성 경화증의 발병 또는 악화에 복합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약 4 3개월 근무하는 동안 계속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였다. 원고의 1일 근무시간은 9시간에서 12시간에 이르렀으며, 근로자는 중간에 쉬거나 작업량을 조절할 수 있는 재량이 전혀 없이 컨베이어벨트로 이동되는 LCD 패널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1시간당 70∼80개가량 검사를 해야 했다. 따라서 원고의 노동 강도는 높았고, 그로 인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도 컸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원고가 실내 작업장에서 장기간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였으므로, 햇빛노출이 부족하여 비타민D 결핍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  원고는 입사 전에는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다발성 경화증과 관련된 유전적 소인, 병력이나 가족력이 없는데, 이 사건 사업장에서 상당 기간 근무하던 도중에 우리나라의 평균 발병연령보다 훨씬 이른 시점인 만 21세 무렵에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하였다.

 

.  삼성전자 LCD 사업장과 이와 근무환경이 유사한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다발성 경화증 발병률이 한국인 전체 평균 발병률이나 원고와 유사한 연령대의 평균 발병률과 비교하여 유달리 높다면, 이러한 사정 역시 원고의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에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  한국산업안전공단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결과를 보더라도, 평가위원 11명 중 7(63.6% = 7/11×100)이 원고가 수행한 작업의 노동 강도와 스트레스가 높은 수준임을 긍정하였고, 그중 5(45.5% = 5/11×100)이 원고의 다발성 경화증 발병·악화와 업무 사이의 관련성을 긍정하였다.

또한 이 사건 역학조사에서는 유해화학물질 노출 정도에 대한 확인이나 측정·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위 역학조사평가위원회의 심의결과는 단지 원고가 수행한 작업의 노동 강도, 스트레스라는 유해요소를 중심으로 다발성 경화증과의 관련성을 평가한 것이다. 유해화학물질에의 노출 등 그 밖의 작업환경상 유해요소까지 함께 고려하였다면 업무관련성을 긍정하는 평가위원이 더 많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의 업무와 다발성 경화증 발병·악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원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박보영 이기택 김재형(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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