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원인급여와 횡령죄

 

1. 문제의 제기

불법원인급여란 급여 자체가 위법하여 무효이지만, 급여자에게 반환청구권이 없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 경우에 있어서 수급자가 급여물을 영득한 경우에 횡령죄가 성립되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불법원인급여에 대하여는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견해와 부정하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2. 긍정설(횡령죄 성립)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견해에 의하면, 형법의 독자적인 견지에서 행위자의 가벌성을 논해야 하는데, 불법원인급여에서는 급여자에게 민법상의 반환청구권이 없을 뿐이고 행위자의 가벌성은 있다는 점, 급여자에게 민법상의 반환청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의 법감정이나 수탁자의 법감정으로는 소유권이 여전히 급여자게에 있다는 점, 불법원인급여에 있어서도 급여자와 수급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존재한다는 점, 급여자와 수급자 모두에게 불법성이 존재한다는 점 등을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3. 부정설(횡령죄 성립 부정)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견해에 의하면, 불법원인급여의 경우에 소유권은 수탁자에게 있으므로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수급자에게 반환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급자를 처벌하게 되면 민법상으로 반환을 강제하는 것이 되어 법질서의 통일성을 해친다는 점, 불법원인급여에서의 위탁관계는 형법상으로 보호할만한 가치가 없다는 점 등을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4. 판례의 태도

판례는 「민법 제746조에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뜻은, 급여를 한 사람은 그 원인행위가 법률상 무효임을 내세워 상대방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고, 또한 급여한 물건의 소유권이 자기에게 있다고 하여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도 할 수 없어서, 결국 급여한 물건의 소유권은 급여를 받은 상대방에게 귀속된다는 것인바, 피고인이 조합으로부터 공무원에게 뇌물로 전달하여 달라고 금원을 교부받은 것은 불법원인으로 인하여 지급받은 것으로서 이를 뇌물로 전달하지 않고 타에 소비하였다고 해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 중 횡령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횡령죄부정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대법원 1988. 9. 20. 선고 86628 판결)

 

하지만 이후에 「민법 제746조에 의하면, 불법의 원인으로 인한 급여가 있고, 그 불법원인이 급여자에게 있는 경우에는 수익자에게 불법원인이 있는지 여부, 수익자의 불법원인의 정도, 그 불법성이 급여자의 그것보다 큰지 여부를 막론하고 급여자는 불법원인급여의 반환을 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나, 수익자의 불법성이 급여자의 그것보다 현저히 큰 데 반하여 급여자의 불법성은 미약한 경우에도 급여자의 반환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공평에 반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어긋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민법 제746조 본문의 적용이 배제되어 급여자의 반환청구는 허용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여, 피고인측의 불법성이 피해자측의 그것보다 현저하게 크다고 봄이 상당한 경우에는 민법 제746조 본문의 적용이 배제되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보관한 화대의 소유권은 여전히 피해자에게 속하는 것이어서, 피해자는 그 전부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피고인이 이를 임의로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하였다.(대법원 1999. 9. 17. 선고 982036 판결)

 

대법원 1999. 9. 17. 선고 982036 판결

피고인은 처인 공소외 1과 공모하여, 1994. 5. 1. 인천 소재 피고인 경영의 윤락업소에서, 피해자와 사이에 피해자가 손님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하고 그 대가로 받은 화대를 절반씩 분배하기로 약정한 다음, 그 때부터 같은 해 9. 30.까지 피해자가 피고인의 업소에 찾아온 손님들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하고서 받은 화대 합계 2,700만원을 보관하던 중 그 중 절반인 1,350만원을 피해자에게 반환하지 아니하고 피고인과 공소외 1의 생활비 등으로 임의로 소비함으로써 이를 횡령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 포주인 피고인이 피해자가 손님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할 수 있도록 업소를 제공하고, 윤락녀인 피해자가 윤락행위의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화대를 피고인에게 보관하도록 하였다가 이를 분배하기로 한 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이고, 따라서 피해자가 그 약정에 기하여 피고인에게 화대를 교부한 것은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급여를 한 경우로 보아야 하겠지만,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다방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피해자를 수차 찾아가 자신의 업소에서 윤락행위를 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함으로써 피해자가 피고인과 사이에 위와 같은 약정을 맺고서 윤락행위를 하게 되었고, 피고인은 전직 경찰관으로서 행정사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자신의 업소에 피해자 등 5명의 윤락녀를 두고 그들이 받은 화대에서 상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을 영업으로 해 왔음에 반하여, 피해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두 아들이 있음에도 남편이 알코올중독으로 생활능력이 없어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피고인의 권유에 따라 윤락행위에 이르게 되었음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사회적 지위, 그 약정에 이르게 된 경위에다가 앞에서 본 약정의 구체적 내용, 급여의 성격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측의 불법성이 피해자측의 그것보다 현저하게 크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민법 제746조 본문의 적용은 배제되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보관한 화대의 소유권은 여전히 피해자에게 속하는 것이어서, 피해자는 그 전부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피고인이 이를 임의로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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