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의 의의 및 구성요건 (형법 제355조 제2)

 

1. 의의

배임죄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함으로써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이다.

 

배임죄의 보호법익은 전체로서의 재산이라고 보아야 한다. 보호의 정도와 관련하여 판례(대법원 2000. 4. 11. 선고 99334 판결)는 「배임죄는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액이 확정될 필요까지는 없고 단지 재산상 권리의 실행을 불가능하게 할 염려 있는 상태 또는 손해 발생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 바로 성립되는 위태범」 이라고 판시하여, 구체적 위험범설을 취하고 있다.

 

배임죄의 본질과 관련하여 판례(대법원 1999. 9. 17. 선고 973219 판결)는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 함은 양자간의 신임관계에 기초를 둔 타인의 재산보호 내지 관리의무가 있음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배임죄의 성립에 있어 행위자가 대외관계에서 타인의 재산을 처분할 적법한 대리권이 있음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기본적으로 배신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배신설에 따르면 배임죄의 본질은 위탁자의 신뢰를 배신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는 데에 있다고 한다. 즉 대외관계에서 대리권을 남용하는 것보다는 대내관계에서 위탁자의 신뢰를 배신하여 이득을 취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점에 중점을 둔다.

 

2. 구성요건

 

(1) 행위의 주체

배임죄는 진정신분범으로서, 그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다.

 

1) 신임관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위탁자와의 신임관계에 의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말한다. 이는 타인과의 대내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말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권한이 존재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03043 판결)

 

또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고유의 권한으로서 그 처리를 하는 자에 한하지 않고, 그 자의 보조기관으로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그 처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자도 포함하며(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520 판결), 직접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자가 아니더라도 그 업무 담당자의 상급기관으로서 실행행위자의 행위가 피해자인 본인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행행위자의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또는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에는 배임죄의 주체가 된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810 판결)

 

또한 그 사무가 포괄적 위탁사무일 것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사무처리의 근거, 즉 신임관계의 발생근거는 법령의 규정, 법률행위, 관습 또는 사무관리에 의하여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법적인 권한이 소멸된 후에 사무를 처리하거나 그 사무처리자가 그 직에서 해임된 후 사무인계 전에 사무를 처리한 경우도 배임죄에 있어서의 사무를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대법원 1999. 6. 22. 선고 991095 판결)

 

그러나 농가와 비농가가 공동으로 출자하여 농지를 취득하였다 할지라도 비농가는 농지에 대한 공동소유자가 될 수 없고 더욱이 농가만이 농지개혁법에 의하여 농지의 분배를 받고 그 등기를 받은 이상 법률상 농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는 비농가로부터 농가가 농지에 대한 관리의 위임을 받은 것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으므로 농가가 위 농지를 단독으로 타에 처분하였다고 하여도 비농가에 대하여 배임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대법원 1969. 10. 28. 선고 691648 판결)

 

2) 타인의 사무

 

배임죄의 주체성을 인정한 사안

 

배임죄의 주체성을 부정한 사안

 

(2) 실행행위

 

1) 임무위배행위(배임행위)

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령의 규정, 계약의 내용 또는 신의칙상 당연히 하여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며(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810 판결), 그러한 행위가 법률상 유효한가 여부는 따져 볼 필요가 없다.(대법원 2001. 9. 28. 선고 992639 판결)

 

즉 배임죄에서 임무위배행위라 함은 형식적으로 법령을 위반한 모든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문제가 된 구체적인 행위유형 또는 거래유형 및 보호법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경제적, 실질적 관점에서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배임행위를 인정한 사안

 

배임행위를 부정한 사안

 

2) 재산상의 이익 취득

배임죄는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하는 외에 배임행위로 인하여 행위자 스스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할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할지라도 행위자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사실이 없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2484 판결)

 

3) 재산상의 손해 발생

배임죄에 있어서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고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상태에 손해를 가하는 경우, 즉 본인의 전체적 재산가치의 감소를 가져오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이와 같은 법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내지 제3자가 취득하는 재산상의 이익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며(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6075 판결),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210822 판결)

 

따라서 법률적 판단에 의하여 당해 배임행위가 무효라 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파악하여 배임행위로 인하여 본인에게 현실적인 손해를 가하였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에는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에 해당되어 배임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15857 판결)

 

(3) 주관적 구성요건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고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충분하므로, 이익을 취득하는 제3자가 같은 계열회사이고, 계열그룹 전체의 회생을 위한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행위로서 그 행위의 결과가 일부 본인을 위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배임죄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54640 판결)

 

이와 같은 배임죄의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고의·동기 등의 내심적 사실)은 피고인이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문제가 된 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범의를 부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고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88356 판결)

 

3. 미수

배임죄의 미수범은 이를 처벌한다(359). 배임죄의 기수시기는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때이고, 부동산 이중매매에 있어서 기수시기는 제2매수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이다.

 

채무자가 채권자와 사이에 그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되 그 담보로 채무자 소유의 주식에 대하여 현실 교부의 방법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하기로 약정하고 채권자로부터 차용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수령한 이상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그 주식을 현실로 교부함으로써 채권자가 그 주식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취득하는 데에 협력할 임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아직 채권자에게 주식의 현실 교부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채무자가 제3자와 사이에 그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되 그 담보로 그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하여 현실 교부의 방법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하기로 약정하고 제3자로부터 차용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수령하였다면 이는 채권자에 대한 양도담보권 취득을 위한 주식교부절차 협력의무 위배와 밀접한 행위로서 배임죄의 실행의 착수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13187 판결)

 

4. 공범

배임죄의 실행으로 인하여 이익을 얻게 되는 수익자가 소극적으로 실행행위자의 배임행위에 편승하여 이익을 취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또는 배임행위의 전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실행행위자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경우에는 배임죄의 공동정범이 된다.(대법원 2007. 2. 8. 선고 2006483 판결)

 

그러므로 회사직원이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할 목적으로 무단으로 반출한 때 업무상배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고, 그 이후에 위 직원과 접촉하여 영업비밀을 취득하려고 한 자는 업무상배임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없다.(대법원 2003. 10. 30. 선고 20034382 판결)

 

배임죄는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기수가 되는 것이므로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하기 이전에 업무상 배임행위로 취득할 유류를 그 배임행위자로부터 미리 이를 매수하기로 합의 내지 응탁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배임으로 취득한 장물을 취득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두 배임행위 자체의 공동정범이 된다.(대법원 1987. 4. 28. 선고 831568 판결)

 

5. 죄수 및 다른 범죄와의 관계

 

(1) 죄 수

배임죄는 위탁관계를 기준으로 죄수가 정해진다. 수개의 업무상 배임행위가 있더라도 피해법익이 단일하고 범죄의 태양이 동일할 뿐만 아니라, 그 수개의 배임행위가 단일한 범의에 기한 일련의 행위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그 수개의 배임행위는 포괄하여 일죄를 구성한다.(대법원 2011. 8. 18. 선고 20097813 판결)

 

(2) 다른 범죄와의 관계

업무상배임행위에 사기행위가 수반된 때의 죄수 관계에 관하여 보면,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로서 임무위배를 그 구성요소로 하지 아니하고 사기죄의 관념에 임무위배 행위가 당연히 포함된다고 할 수도 없으며, 업무상배임죄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로서 기망적 요소를 구성요건의 일부로 하는 것이 아니어서 양 죄는 그 구성요건을 달리하는 별개의 범죄이고 형법상으로도 각각 별개의 장에 규정되어 있어, 1개의 행위에 관하여 사기죄와 업무상배임죄의 각 구성요건이 모두 구비된 때에는 양 죄를 법조경합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상상적 경합관계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고, 나아가 업무상배임죄가 아닌 단순배임죄라고 하여 양 죄의 관계를 달리 보아야 할 이유도 없다.(대법원 2002. 7. 18. 선고 2002669 전원합의체 판결)

 

또한 본인에 대한 배임행위가 본인 이외의 제3자에 대한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본인에게 손해가 생긴 때에는 사기죄와 함께 배임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10690 판결)

이와 같은 각 죄는 서로 구성요건 및 그 행위의 태양과 보호법익을 달리하고 있어 상상적 경합범의 관계가 아니라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

 

[형법 조항]

 

355 (횡령, 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356 (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58 (자격정지의 병과)

3조의 죄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할 수 있다.

 

359(미수범)

355조 내지 제357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361(친족간의 범행, 동력)

328조와 제346조의 규정은 본장의 죄에 준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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